공항
- Terry An
- 2015년 12월 14일
- 2분 분량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나의 삶에 대한 무엇도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오늘은 엄마를 다시 만나는 날일 뿐이다.
공항에 사람 모시러 마중나가는일이야 50번도 넘게 해본것같지만
오늘은 드디어 내가 당사자다.
내가 만나야 할 나의 가족이 공항에 도착하는 날이다.
그것도. 무려. 엄마다.
나에게 '교황을 만나볼래 엄마를 만날래' 하면 난 엄마 만난다.
오늘의 공항은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처음으로 끝을 없는 행복이 느껴진다.
이는 친구와는 전혀다른 차원이 다른 반가움이다.
12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땅까지 도착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로.
공항에서 사람을 절대 기다리게 할순 없는거다.
그래서 우리 사람들은 공항마중을 나간다.
난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때 아무도 나를 마중나오지 않았다.
놀라운 파란하늘과 외로움에 자아도취된채 공항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UCLA앞으로 향했다.
그게 나의 첫 미국에 대한 기억이다.
가끔 공항마중에 늦는경우도 있지만 공항을 빠져 나오는 시간 자체가 빠를때도 있고 느릴때도 있어서
비행기 착륙한 시간에서 빠져나올때까지 평균 3~40분 늦게 공항에 가면 된다
이렇게 설명하면 좋을까.
30분늦게 로 가면
10번에 보통 6번은 두시간 넘게 기다린다.
운좋으면 20분만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40분 늦게 가면
10번에 보통 6번은 두시간 넘게 기다린다.
운좋으면 한두번은 마침 딱 맞춰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운이 나쁘면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경우도 있다.
그럼 난 늦은거다.
그 사람 인생에서 나는 공항에 늦게 나온놈으로 분류가 되는거다.
난 그게 싫어서 차를 미리 주차를 해놓고 출구쪽에서 기다린다.
시간을 어떻게 정해서 가든, 50%이상 한두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나의 최장은 4시간정도를 기다려 본 일이있다.
결국 다른 비행기를 탄것으로 나중에 알려오긴 했지만
공항에선 정말 별의 별일이 다 생긴다.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 삼사백명이 한날 한시에 모여 비행기에 구겨타고 바다를 건너가는 여정이 이루어지는것. 감탄이 나온다.
오늘은 나의 어머니가 오시는날, 내가 늦을리 없다.
시간을 여유롭게 비행기 착륙시에 맞춰 공항에 도착했다.
지난시간 엄마랑 무슨 이야기를 하고싶었든, 뭘 해주고 싶든간에.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
엄마가 어찌나오나... 언제나오나.. 그생각으로 두시간을 기다렸다.
엄마의 꿈같은 여행을 완성하기위해서는 나의 기다림은 필수다.
오늘의 하늘이 다른 여느때의 LA하늘처럼 곱고 파랬으면 좋겠다.
LA여. 하늘이여. 엄마를 환영해줘.
부탁할께.
우리엄마 있는동안은 엄마한테 이쁜 광경만 보여줘.
난 교통경찰에게 잡히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을꺼야.
너희들도 모두 친절해줘.
부탁할께.
차가운 돌벽에 기대어 폴짝폴짝 뛰며 엄마의 등장을 기다린지 두시간이 넘었을때쯤.
결국 나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걱정 안하고싶었는데.
무한정 걱정이 폭포수 처럼 솓아진다.
결국 방콕에서 비행기를 못갈아 타신거야!
아니면 입국심사에서 질문을 잘 못알아들으셔서 문제가 생긴건가?
오시다가 비행기에서 기절하신건 아닌가!
그때쯤 통로 저 멀리서
엄마가 '파워 워킹'으로 걸어나오시고 계셨다.
엄마의 당찬 발걸음에 온마음이 포근하게 안심으로 돌아섰다.
건강하시구나.
난 출구안으로 엄마를 항해 달려들어가
출구 장 안 한 가운데서
엄마를 안아드렸다.
엄마 다칠까봐 꽉 안을수가 없었다.
이것이 나의.
엄마를 만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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